윤석열 정부가 차세대 원전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투자와 원전 수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두산에너빌리티(舊 두산중공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1위 SMR 기업으로 불리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1200억원대 지분 투자를 단행, 오는 2029년 상용화될 SMR의 주요 기자재를 이미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EU의 택소노미에도 원자력이 포함되면서 SMR 수출에도 청신호가 열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원전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SMR 기업과 동반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인수위원회 시절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세번째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을 갖춘 혁신형 SMR 개발을 추진하고 표준설계 도축, 인허가 신청 등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체코와 폴란드 등의 국가에서 신규 원전 수주도 지원키로 했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Mwe 이하인 소형 원전을 의미한다.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더나 외딴 지역에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됐다. 크기를 작게 하기 위해 대형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원자로 모듈 형태로 구성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SMR은 단순화된 설계를 추구해 노심이 작고 일체형으로 설계된다. 이에 원자로 냉각재 배관 파손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외부전원이나 별도 조작 없이 안전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기반으로 구축돼 안전에 특화됐다는 설명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SMR이 오는 2030년부터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엔 시장규모에 390조원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오는 2050년 SMR 시장이 440조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SMR을 선도한다고 알려진 기업은 미국의 뉴스케일파워다. 뉴스케일파워가 설계한 SMR은 지난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로 설계인증을 받았다. SMR 초도호기는 미국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 부지에 12기 규모로 세워지며 오는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아이다호 SMR 건설에 14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3일 SMR 기업으로는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 뉴스케일파워와 함께 SMR 시장 선도… EU 택소노미 최종안에 수출길도 '훨훨'
뉴스케일파워와 이미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국내 기업이 두산에너빌리티다. 지난 2019년 당시 두산중공업은 IBK투자증권 등 국내 투자사들과 공동으로 4400만달러(약 52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지난해엔 600만달러(약 712억원)의 지분 투자를 추가로 실시했다.
뉴스케일파워의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성 검토 용역도 지난 2019년 8월에 수주해 지난해 1월 검토를 완료했다. 제작성 검토 연구란 설계 의도에 따라 용이하게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해 설계 최적화 방안을 제안하고 제작공정을 수립하는 연구를 뜻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아이다호 초도호기 원자로 모듈의 주단소재 제작에 착수했으며 내년엔 주요 기자재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공급 범위는 대형 주단소재와 원자로 모듈 등 핵심 기자재에 해당한다.
현재 뉴스케일파워는 유럽 루마니아에도 SMR 제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국이 체코에 보낸 원전 협력을 위한 무역사절단에도 뉴스케일파워가 포함돼 동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케일파워는 SMR의 개발을 담당하고 SMR의 실질적인 제작은 발주를 통해 이뤄진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그 제작사로서 지분투자를 통해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가 SMR 수출을 확대할수록 두산에너빌리티에겐 호재인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뉴스케일파워는 현재 SMR을 제작하는 능력까진 없으며 뉴스케일파워가 SMR을 설계하면 우리가 모듈 등을 수주할 수 있는 구조"라며 "아직까지 SMR 제작이 확정된 곳은 아이다호 초도호기 사업이지만 뉴스케일파워가 수출을 확대하면 기자재 제작을 두산에너빌리티가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SMR 수주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4800억원이다. 오는 2026년 이후 중장기 수주 목표는 연평균 1조7000억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대형원전에서 기술력이 입증됐기 때문에 SMR 관련 기업의 협력 의뢰가 이어질 것"이라며 "SMR 납기 단축을 위해 전자빔용접, 로봇 등을 통한 제작기술도 사전에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 최종안에 원자력 발전이 추가되면서 유럽으로의 SMR 수출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택소노미는 환경에 친화적인 영향을 지닌 경제활동의 기준 체계다. 택소노미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친환경적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금융 투자를 친환경 분야로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로써 EU의 금융기관과 금융회사에게 원전 분야에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SMR 시장은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 산업계에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신시장이다"라며 "뉴스케일파워의 경우 제작의 상당 부분을 한국의 생산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 시장에서 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이를 뒷받침해 동반 성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 프레스맨(http://www.pressm.kr)
http://www.pressm.kr/news/articleView.html?idxno=58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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